목마와 숙녀

by johnchang posted Feb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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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부르크린 다리 밑으로, 사진 초급반 첫 번째 출사 Assistant로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섰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추운대로 나름 겨울 정취가 흐르는 맨하탄 브리지와 부르크린 브리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요염스럽게 누워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서? 아니면 날씨가 추워서? 그것도 아니면 주말이 아니라서 그런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하듯...... 

눈 하나라도 깜빡거림도 없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회전목마가 넋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는 그 모습은, 빙글빙글돌다가 어지러워 쉬고 있는 듯....  

바쁜 뉴욕커들의 발걸음걸음을 쫒아 다니다가 지쳐 있는 듯....

멈춘 시간처럼.... 돌고 있지 않는 회전 목마를 통해 비춰지는 맨하탄의 불빛들은 ... 아직도 분주한 발걸음들을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카메라 View Finder를 통해 보이는 맨하탄의 모습과 회전목마의 피곤한 발걸음을 보면서....

문득,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는 시..... 의미도 모르고 뜻도 모르는 시가 멋있어 보였던 그 때에....

그 의미도 모른 채, 외우고 또 외웠던 시......  

가수 박인희씨가  그녀의 음악과 함께  시 낭송을 하여 유명해졌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라는 난해하였던 시가 생각났습니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난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을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 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IMG_7941-1.jpg EXIF Viewer제조사Canon모델명Canon EOS 6D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Lightroom 5.7 촬영일자2017:02:06 21:37:27노출시간30.0초감도(ISO)100조리개 값F/22.0조리개 최대개방F/22.0노출보정+0.33 EV촬영모드조리개 우선 모드측광모드중앙촛점거리42mm사진 크기1200x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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